비트코인 가격 예측 도구로 주목받았던 Stock-to-Flow(S2F) 모델은 희소성과 공급량 기반의 단순하고 직관적인 접근 방식으로 한때 높은 신뢰를 받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실제 시장 흐름과 괴리를 보이기 시작하였다. 이 글에서는 S2F 모델의 개념과 논리, 그에 따른 가격 예측의 역사, 그리고 2025년 현재 시장 흐름과의 불일치 사례를 중심으로 S2F 모델의 한계와 재해석의 필요성을 조명한다. 또한 이 모델이 갖는 구조적 취약점과 향후 비트코인 가격 분석 도구로서의 적합성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평가를 시도한다.
비트코인 가격 예측의 황금 공식이었을까?
2019년부터 암호화폐 커뮤니티와 투자자 사이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은 가격 예측 모델이 있다. 바로 Stock-to-Flow(이하 S2F) 모델이다. 이 모델은 금, 은 등 희소성 있는 자산들의 시장 가치를 설명하던 기존의 경제 이론을 비트코인에 적용한 것으로, "공급량 대비 새롭게 유입되는 공급의 비율"을 기반으로 가격을 산출한다. 모델이 처음 소개되었을 당시, S2F는 비트코인의 가격 흐름과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며 그 신뢰도를 빠르게 높였다. S2F 모델은 다음과 같은 간단한 수학적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 비트코인의 총발행량과 매년 채굴되는 수량을 비교하여, 공급의 희소성을 계량화하고, 이를 기준으로 향후 가격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S2F 값이 높다는 것은 기존 공급량 대비 신규 공급량이 매우 적다는 뜻이며, 이는 곧 가격 상승 압력을 의미한다는 논리이다. 실제로 이 모델은 2020년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이 빠르게 상승하며 60K를 돌파했을 때 신뢰를 얻었고, 수많은 분석가들이 이를 지표로 삼아 투자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 모델은 점차 현실과 괴리를 보이기 시작하였다. 2022년부터 시작된 하락장, 그리고 2024년 반감기 이후에도 예측한 가격에 도달하지 못하는 상황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S2F 모델은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2025년 현재, 비트코인은 예측 모델이 가리키는 250K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가격대에 머물러 있으며, 이는 이론의 신뢰도에 큰 의문을 던지고 있다. 본 글에서는 S2F 모델의 기본 논리를 정리한 뒤, 그동안의 예측 이력과 시장 현실 간의 차이를 분석한다. 나아가 S2F가 비트코인이라는 디지털 자산의 복잡한 특성과 시장 환경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가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며, 가격 모델링의 미래적 방향성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Stock-to-Flow 모델의 구조와 시장 현실과의 간극
Stock-to-Flow 모델은 본질적으로 단순한 수학 모델이다. “Stock”은 지금까지 채굴되어 유통 중인 비트코인의 총량을 의미하고, “Flow”는 일정 기간 동안 새로 채굴되는 비트코인의 양이다. 이 두 값을 비교하여 얻는 S2F 비율은 희소성을 정량화한 척도이며, 일반적으로 이 비율이 높을수록 자산의 가치는 높다고 본다. 모델을 제시한 PlanB라는 분석가는 이 S2F 값을 독립 변수로, 로그 스케일의 회귀선을 통해 가격을 예측했다. 이 모델이 한때 폭발적인 인기를 끈 이유는 명확하다. 실제로 2012년, 2016년, 2020년 세 번의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상승하였고, 이러한 패턴이 모델의 선형 회귀선과 유사한 형태를 띠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관관계는 S2F 모델에 대한 신뢰를 높였고, 일부 투자자들은 이를 "가격의 법칙"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모델은 2021~2022년에 비트코인 가격이 100K 이상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실제 시장은 오히려 거센 조정을 받으며 20K 이하로 하락했다. 2024년 반감기 후에는 가격이 반등했지만, 여전히 모델이 예측하는 250K에는 한참 못 미치는 현실이다. 이러한 괴리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다:
1. 수요 측면의 완전한 무시
S2F 모델은 오로지 공급량만을 기준으로 가격을 계산한다. 그러나 자산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상호 작용으로 형성된다. 거시 경제 상황, 금리, 규제, 시장 심리 등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은 이 모델의 가장 큰 약점이다.
2. 동일한 희소성 = 동일한 가치라는 단순화 오류
금과 같은 실물 자산은 수천 년의 신뢰와 사용 사례를 기반으로 가격이 형성되지만, 비트코인은 상대적으로 새로운 디지털 자산이다. 동일한 S2F 값을 지녔다고 해서 같은 가치를 갖는다는 전제가 현실적이지 않다.
3.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의 효과
많은 투자자들이 S2F 모델을 신뢰하고 매수에 나섰던 초기 시기에는, 예측이 실제 가격에 영향을 주는 ‘자기 충족적 예언’이 작동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투자자들의 신뢰가 약해지자, 그 효과도 감소하며 모델의 영향력도 줄어들었다.
4. 외부 충격 변수의 무시
엘살바도르의 법정화폐 채택, 미국의 규제, SEC의 ETF 승인 여부 등 외부 사건들은 비트코인 가격에 큰 영향을 준다. 그러나 S2F 모델은 이러한 요인을 반영할 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 결국 S2F는 이상적인 환경에서의 단기 예측에는 일정 부분 유효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비트코인의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다양화되면서 정확도가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모델은 단순화일 뿐, 시장은 복합적 유기체
Stock-to-Flow 모델은 희소성 기반 자산 모델링이라는 틀 안에서는 매우 직관적이고 강력한 도구였다. 특히 초창기 비트코인의 가격 흐름을 단순화하여 설명하고, 투자자들에게 일정한 예측 가능성을 제공한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2025년 현재의 시장은 훨씬 더 복잡하며, 더는 단일 지표로 설명될 수 없는 구조로 진화하였다. 가격 예측에 있어서 중요한 점은 항상 ‘변수의 다변화’를 염두에 두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이제 단순히 공급량만으로 설명될 수 있는 자산이 아니다. 제도권 금융과의 연계, 글로벌 거시 경제 흐름, 각국의 규제 변화, 디지털 자산 인프라의 발전 등 다양한 요인들이 상호작용하며 그 가격을 결정짓는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S2F 같은 단일 변수 기반 모델은 본질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모델이 아닌 통합적 해석 능력이다. S2F 모델은 참고 지표일 수 있으나, 이를 맹신하는 순간 시장의 복합적인 메시지를 놓치게 된다. 최근에는 온체인 데이터, 파생상품 포지션 분석, 공포·탐욕 지수 등 다양한 보조 지표와 결합하여 보다 정교한 전략을 구사하는 접근법이 각광받고 있다. 결론적으로, Stock-to-Flow 모델은 비트코인 가격 예측의 초기 패러다임을 제시한 기념비적 도구이지만, 이제는 하나의 참고자료로서만 기능할 뿐이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자산 시장은 여전히 진화 중이며, 그 예측 방식 또한 변화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특정 모델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장의 맥락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려는 자세이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어느 누구보다 시장을 더 깊이 있게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